윤리적인 소비자와  아니꼬운 시선의 묘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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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인 소비자와 아니꼬운 시선의 묘한 딜레마
  • Written by Park chang Sun
  • March 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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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세상에 이 브랜드 옷은 동아시아의 아이들을 저임금 착취해서 만들었대."
B : "으..응?"
A : "이런 옷은 안사는 게 맞지 않아?"
B : "어..근데 뭐 그런 거 일일이 따지면 어떻게 살아. 그냥 편하니까 사는거지."

니트를 사기 위해 옷집에 들어가려면 두 친구의 발걸음이 문 앞에서 머뭇거립니다. 친구A는 페이스북에서 이 브랜드의 비윤리적 생산공정을 보고 화나요를 눌렀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친구B는 당황했습니다. 엉겁결에 A의 말에 대꾸하긴 했는데 이상하게 평소와는 다른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B도 머릿속으론 알고 있었죠.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도 받지 못한 아이들이 부당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는데 기분 좋을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B는 자신의 말에 놀랐습니다. B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뭐지?... 난 윤리적인 소비자라고 생각했는데.. 위선인건가? 난 이런 얘기를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건가? 그냥 편하면 사는 건가?’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도 B가 어리석고 명예롭지 못한 소비자라고 생각하시나요?

윤리적소비의 시작과 확장, 딜레마

최근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184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8명의 조합원이 푼돈을 조금씩 모아 허름하게 시작한 로치데일 협동조합은 몇 가지의 운영원칙이 있었습니다. 정확한 물량 / 불순물 없는 순도100%의 재료 / 정직한 판매 / 이용액의 공정한 배분 등 로치데일 주민들이 바래왔던 정직하고 올바른 사업방식이 그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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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윤리적 운영방식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충격을 주었고, 급속한 성장을 통해 22년만에 자본금은 400배, 조합원은 50배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윤리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단(또는 굉장히 굉장하단) 것을 몸소 증명해준 사례였습니다

이 후로 이러한 윤리적 생산과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계공정무역인증기구(FLO)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공정무역의 시장규모는 7조9천억원에 달했고, 특히 캐나다와 홍콩 등 신흥시장에서 유의미한 증가 (전년 대비 캐나다 40%, 홍콩 42%)를 기록했습니다.

현대의 로치데일 조합과 같은 몇 가지 선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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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우즈베키스탄에선 면 재배과정에서 어린 아이들의 노동력이 부당하고 과도하게 착취되는 현장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이것은 정부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교육의 공백, 살충제와 고엽제 노출, 쉬는시간 없는 과다한 노동 등 잔혹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는 것에 세계가 경악을 했었죠. 그리고 그들의 피와 생명으로 만들어진 옷들은 우리의 주변에 백화점 지하 이벤트 매대나 초특가 할인 상품으로 어렵지 않게 팔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패스트패션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죠. 환경파괴와 더불어 노동자에 대한 인권문제가 불거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라민 유니클로’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여 이목을 끌었습니다. 방글라데시 직물공장과 파트너계약을 맺고 값싸고 좋은 원료를 공정한 가격에 조달합니다. 빈곤층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이익은 소셜비즈니스로 재투자합니다. 의류제조/판매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모델로 거듭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아웃도어 시장점유율 2위인 파타고니아의 철학도 놀랍습니다. 그들은 간소하고 단순한 삶을 역설합니다. 많이 팔고 빠른 상품회전을 추구하는 패스트패션과는 정반대의 철학을 설파하죠. 그들은 자연의 선물 덕분에 본인들이 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연이 파괴되면 파타고니아의 사업기반자체가 사라지는 셈이죠. 그들은 위대한 자연에게 존경을 표하고 환경파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후반부에 한번 더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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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버팔로 익스체인지(Buffalo Exchange)는 1974년부터 이어져 온 빈티지샵입니다. 대부분 빈티지 스타일의 옷들은 생산된 옷에 후가공, 데미지를 입혀서 빈티지하게 만들곤 하죠. 하지만 이곳의 옷들은 실제로 소비자들이 입던 옷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상품의 지속성과 수명을 늘리는 것이죠. 사람들은 옷을 팔고 수수료나 매장적립금을 받습니다. 누군가는 저렴한 가격에 그 옷을 삽니다. 처치곤란한 옷들과 더 이상 쓰이지 못할 것 같았던 옷의 가치를 되살리고, 환경과 상호의 이익까지 비즈니스모델에 담아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례들은 윤리적 소비가 단순한 유행이나 일부 소비자문화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죠. 그렇다면 이제 윤리적 소비가 온 지구로 퍼져나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끝나야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흘러가지도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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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윤리적 소비란 두루뭉술한 개념입니다. 분명 좋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러니까 뭐가 어떻게 어디에 좋다는 것인지. 그리고 또 어떻게 실천해야 하고 그게 정확하게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등등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저 ‘어디가 나쁘다더라, 어디가 좋다더라’는 등의 가벼운 정보들만 가득합니다. 그나마도 SNS나 특집기획기사 등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정보이죠. 소비자들은 몰라서 못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기업에선 자신이 얼마나 윤리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지 자신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어떤 사회적가치가 있는지 설파합니다. 광고를 하고 포스터를 내고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하죠.

단순히 생각해보면 이제 광고가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니, 적어도 광고를 본 100명 중 90명 정도는 착한 제품을 살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나 있더군요.) 기왕이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좋은 일을 한다는데 ‘난 싫어!!’ 라고 잡아 뗄 사람이 있을까싶죠.

사람의 착한 선택을 주장하는 이들은 ‘도덕적 감화(moral motivation)’라는 심리적 기제를 언급합니다. 앞 사람이 도덕적 행동을 했을 때, 그걸 보는 다른 사람도 쉽게 도덕적인 감동을 받아 착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고보니 몇몇 기억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제 앞사람이 문을 잡아주면, 저도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게 되거든요.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군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모두가 착한 선택을 하며 윤리적소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다시 처음에 보았던 두 친구의 대화를 떠올려 봅시다. 그리고 지하철이나 행사장에서 기부에 동참해 달라는 국제기구 부스의 손길을 수줍게 피했던 우리 모습도 떠올려봅시다. 인간은 항상 윤리적인 선택을 하는 걸까요? 그리고 윤리적인 사람들은 항상 도덕적감화를 주는 걸까요?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들은 항상 반성을 하는 걸까요? 오묘하고 신비한 인간의 심리는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결과들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의외로 아프리카 아이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불편한 닭장 속의 닭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그런 거 하나하나 신경쓰고 어떻게 사냐? 유난떤다.”

라며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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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올린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르지만 정작 나는 저녁에 치킨을 시킵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패스트패션 다큐를 보아도 다음 날 50% 할인하는 니트를 거리낌없이 사죠. 논리적인 상식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러한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턴 오늘 모두가 윤리적 소비자가 되지 않는 이유와, 실제로 착한 구매를 하는 사람을 향한 아니꼬운 시선들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난 나쁜 사람이 아니야!

자, 이제 거창한 소비시장이 아닌 우리의 마음 속으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단순한 공식 하나를 보여드릴게요.

너가 착한 상품을 산다.
나는 보통 상품을 산다.

이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요? 윤리라는 말이 조금 무겁게 느껴지니 ‘도덕’이란 말로 바꿔봅시다. 중학교 교과서 느낌이 들게끔 말이죠. 도덕성은 사람에게 자존감을 높이는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먹고 자고 싸는 것보다 더 상위의 가치이니까요. 때문에 ‘도덕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은 왠지 어깨를 으쓱해지게 만듭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죠. 하지만 반대의 입장은 어떨까요. 사람은 꽤나 옆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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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착한 상품을 샀으니 좋은 사람이고, 그럼 난 나쁜 사람인가?...’

라는 생각에 시무룩해져버리고 맙니다. 상식적으론 ‘그냥 난 보통이야’ 라고 생각해야 정상이지만, 페이스북에 올라온 멋진 여행과 맛난 음식사진을 보며 난 왜 이렇게 살고있지… 라며 우울해지는 걸 떠올려보아요. 사실 나는 굶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삼시세끼 잘 챙겨먹으며 포근한 이불에서 잘 자며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인 비교를 하며 나의 상황을 더 낮게 평가하게 되죠. 이렇듯 가치판단은 이분법적 사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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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팅거의 사회비교이론에선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의견과 능력을 평가하려는 심리가 있는데, 도덕심과 윤리적 척도와 같이 모호한 개념의 경우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기준점으로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과 대립하는 경우엔 접촉을 삼가거나 다른 방식으로 합리화를 시키죠.

윤리적소비를 하는 사람은 “까다롭고 유별나!!” 라고 결론짓는 것입니다. 만약 그들을 옳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너무 초라해보이니까요.

너가 보통 상품을 산다.
나는 나쁜 상품을 산다.

라고 생각해볼께요. 물론 의도적으로 나쁜 상품을 골라 살 일은 드물겠죠. 대부분은 사고나서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 싸게 구매한 목폴라가 알고보니 고사리 손 아이들이 울면서 만들었다는 걸 알게되면 편하게 그 옷을 입을 수 있을까요? 만약 이 사실을 그대로 인정해버리면 자책과 우울에 빠져들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강한 방어기제가 작용하죠.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고 “모두가 다 비슷한 거 아닌가? 그런거 일일이 따지면 어떻게 살아?” 라고 넘겨버리죠.

피셔경영대의 레베카 워커 레체크, 대니얼 제인, 맥콤 경영대학원의 줄리 어윈의 실험에선 이러한 합리화가 단순히 구매의 순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소비패턴을 결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이 도덕적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상처(=부끄러움)는 추후에 '윤리적인 소비를 계속할 것이냐?' 라는 질문에도 부정적인 응답을 하게 만들었죠. ‘난 관심없어.’ 라는 태도를 보이게 된 것입니다. 만약 그 질문에 네. 반성하겠습니다! 라고 하면 자신의 비도덕성적 선택을 인정하는 셈일테니까요.

때문에 이러한 고객들은 헌신성과 윤리적 가치관이 더 떨어지거나, 오히려 윤리적 소비자를 '지루하고 유별한 사람들'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심리가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넘어서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지게 될 경우죠. 사실 브랜드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그냥 착하게 만들고 열심히 노력해서 잘 팔았을 뿐이죠. 브랜드 입장에선 다소 억울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은 성악서에서 말하는 악한 본성 때문이 아닙니다. 소비자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눈물을 보며 쾌재를 부르는 악당들이 아니죠.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후속정보에 대한 합리화가 이루어졌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러한 문제가 정보와 인식, 비교심리에 따른 것이라면 브랜드는 몇 가지 선택지로 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어요!

다섯 가지 전략을 생각해보도록 하죠. 우선 원인을 좀 명확하게 해볼께요. 사람이 뭔가를 구매할 때 사전에 제품이 비도덕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B친구와 같은 선택을 했을까요. 만약 A,B가 같은 정보를 지니고 있었다면 둘 다 그 매장을 들어가지 않았겠죠. B의 마음이 상한 건 ‘정보의 부재’ 였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 브랜드 제품은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도덕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라는 정보도 그렇습니다. 기회와 정보가 주어지면 사람들의 행동은 사전에 달라질 수 있죠.

1) 정보는 전면에 직관적으로 노출합니다.

디스플레이나, 배너, 콘텐츠, 브랜드 소개 등 소비자가 정보를 애써 찾고 노력하게 만들지 않도록 해요. 소비자들은 뒤를 캐고싶어하지 않습니다. 노력과 시간이 소모될 뿐더러 혹시라도 기분나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불쾌감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냥 여타 정보를 모른 채 이쁘고 싼 옷을 구매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가 손쉽게 보인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은 좀 더 달라질 수 있어요.

2) 이걸 사면 좋은 사람이다! 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제품의 소비행위를 통해 당신이 도덕적이다! 나쁜놈이다! 를 규정해선 안됩니다. 소비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단죄의 대상이 아니죠. 때문에 캐치프라이즈나 브랜드 포지셔닝을 할 때 ‘우리 제품을 산다면 당신은 도덕적인 소비자가 될 수 있습니다.’ 라는 뉘앙스의 2인칭 명제는 삼가도록 합니다. 해당 정보는 1인칭으로 구사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라는 식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것이죠. 종종 3인칭 시점을 활용해서
“그들은 이렇게 달라진 환경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는 식의 문장들도 있습니다. 무엇이 더 효율적일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전자는 직접 소통의 방식이고, 후자는 내 행동의 결과에 대한 그림을 그려주는 간접소통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 대상이 먼 나라 이야기(나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일 때는 아무래도 연결고리가 약해지기 마련이죠.

3)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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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베를린엔 색다른 자판기가 설치된 적이 있습니다. 한화로 2,400원을 지불하고 티셔츠를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였죠. 하지만, 이 자판기에서 실제 구매를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적었어요. 옷이 예쁘지 않았거나, 인기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실제로 구매를 하기 위해 돈을 넣었어요. 그리고 티셔츠를 선택했죠. 그리고 최종 구매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디스플레이에서 영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마니샤(Manisha)란 이름의 방글라데시 소녀가 등장하죠. 마니샤는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시간당 13센트(약 140원) 정도의 임금을 받으며, 하루 16시간 이상 일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은 굳어버렸습니다. 누구도 손쉽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티셔츠에 그런 사연이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을 테니까요. 그리고 영상이 끝나면 하나의 질문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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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하신 돈으로 티셔츠를 구매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이들을 위해 기부하시겠습니까?”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부’를 선택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정보가 주어지고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도덕적 판단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행동을 통해 자신이 좀 더 나은 존재가 되는 걸 느끼죠. 이들은 앞으로도 이런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소비자로써의 자부심이 높아졌거든요. 소비자에게 충분한 선택의 기회를 주도록 합시다. 그들이 선택의 궁지에 몰려 상처받지 않도록 말이죠.

4)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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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삭스의 이태성 대표는 ‘윤리적 소비’ 라는 단어대신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단어를 채택하여 로고브랜딩을 진행하였습니다. 콘삭스는 옥수수로 친환경 양말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해당 제품을 통해 노숙자들의 재기를 돕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와, 수익의 일부를 NGO에 기부하며 사회적가치를 추구하고 있죠. 콘삭스는 ‘윤리적 소비’ 라는 단어가 전면에 내세워졌을 때 자칫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콘삭스의 로고에는 ‘지속가능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죠. 훨씬 행동지향적이고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했어요. 콘삭스를 선택하는 사람에게나, 아닌 사람에게나 선택으로 인한 부담과 동요를 만들어내지 않으려는 디테일한 배려입니다.

5)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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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방식은 “우린 이렇게 좋은 일을 합니다!!” 라고 크게 외치는 것입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조금 다른 방식을 택했죠.

파타고니아의 캐치프라이즈입니다.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
란 의미이죠. 해당 문구는 그 파격성과 철학을 인정받아 이사회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1년 11월 25일 블랙프라이데이 아침 뉴욕타임즈에 광고를 게재했죠.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파타고니아는 너무 빠르고 소비지향적인 무거운 삶 대신 가볍고 심플한 삶을 주장했습니다. 쓸데없이 계속되는 소비보다 오래 입고 쓸 수 있는 튼튼한 제품을 만들자는 철학이었죠.

사람들은 사란다고 사지 않습니다. 반대로 사지 마라는 말에 안 사는 것도 아니죠. 판단은 소비자들 스스로의 몫입니다. 브랜드는 구매를 강요할 수 없어요. 단지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는 일을 할 뿐입니다. 당신의 행동이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어떤 행동의 방식들이 있는 지를 보여주고 선택지를 제시해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브랜드가 해야하는 일이죠.

마치며

시대가 바뀌고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선택폭은 거의 무한대로 넓어졌습니다. 소비자들은 직관적이고 빠른 정보를 원하고 있죠. 하지만 소비의 기준이 단지 가격과 품질만은 아닙니다. 성선설이나 성악설 등의 본성론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소비에 새로운 기준을 세워주는 방법의 하나로 ‘윤리적 소비’를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소비자들은 더욱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고, 브랜드는 자신들의 가치를 더욱 널리 퍼뜨릴 수 있을 거예요.

덧붙여….
윤리적 소비라는 단어가 특별해지지 않는 그 날이 온다면 더욱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