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어떻게  무너져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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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어떻게 무너져가는가
  • Written by Park chang Sun
  • March 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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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티를 하나 구매하려고 매장에 갔습니다. 후드티의 생명은 모자가 살아있어야 하죠. 가지고 놀다 터져버린 물풍선 마냥 등에 찰싹 붙어있으면 영 폼새가 좋지 않습니다. 열심히 모자가 빳빳한 후드티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어떤 브랜드를 발견했습니다. 처음보는 스트리트 브랜드였죠. 스케이트보더 컨셉의 옷들을 팔고있는데, 모자가 아주 빳빳한 게 마음에 쏙 드는 후드였습니다. 한 번 입어보려고 사이즈를 보니 100사이즈가 한 벌 남았더군요. DP용 상품 하나 말입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옷 뒤에 뭔가 커피같은 게 한 두 방울 묻어있지 뭡니까. 애석하고 슬픈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혹시 새 상품이나 주문이 가능한 지 물어보았습니다. 당연히 뭔가 응답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점원은 카카오톡으로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주문이 되냐고 재차 물어보니

“그냥 이거 사셔야 돼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씁쓸한 표정으로 매장을 나서는 데 브랜드를 다시 한 번 외우게 되었습니다. 이름을 두세번 되뇌이며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신 안 와야지…’

비슷한 수준의 월급을 꾸준히 받는 사람이 무언가를 소비하려고 할 때 ‘무엇을 얼마만큼’ 지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3대 이론이 있습니다. 한계효용, 무차별곡선, 현시선호이론이 바로 그것이죠. 그 중 한계효용이론은 가장 선배격에 해당합니다. 소비자는 소득수준을 고려하면서 만족도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한 두번 쯤 들어왔을 이 한계효용이론은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지 않고 효용을 최우선으로 하는 존경할 만한 소비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죠.

이는 물론 경제학의 기초이론입니다. 그러니 특정한 전제조건 하에서 데이터의 수가 많아질수록 그래프의 선에 가까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래의 내용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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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필이 충만한 신상 자켓이나 발색이 아름다운 틴트를 발견했을 때 두 가지 경로를 거쳐 판단을 합니다. 틴트를 보고

'저 틴트의 발색은 효과가 2시간밖엔 안갈거야. 난 또 알게 모르게 츄릅츄릅 틴트를 갈비탕과 함께 삼키고 말겠지.... 굳이 내 뱃속으로 들어갈 틴트를 32,000원이나 주고 살 필욘 없을거야. 차라리 그 돈이면 고기를 먹는 게 낫지 않을까?'

라며 심사숙고하며 결정을 내리는 "중심경로 프로세스(central route processing)" 와 보자마자 어머 이건 사야돼! 라며 틴트 이름을 외우기도 전에 '저거 뭐지, 저거 주세요.' 라고 냉큼 사버리는 "주변 경로 프로세싱(peripheral route processing)"이 있습니다.

인간은 하루에 약 70번 정도의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모든 선택에 심사숙고를 하게 되면 엄청 피곤해지고 말 겁니다. 그러니 효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주변경로를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인의 추천, 화려한 광고문구, 점원의 말발 등 환경적 요소와 필요하진 않지만 왠지 갑자기 필요한 이유를 만들어내는 알 수 없는 그 존재(=지름신)의 강림 등 말입니다.

이러한 선택의 오묘한 심리는 흔히 ‘상식적/합리적’ 이라고 알려진 우리의 선택에 수많은 변수를 만들어냅니다. 선택항이 너무 많은 요즘 시대에 무언가를 고르고 구매하는 데에는 확실히 정보와 합리성 이외에 아주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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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의 대부분의 비즈니스 컨설팅에서 거론되고 있는 ‘브랜딩’은 이러한 변수와 정형화된 소비이론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듯한 단어입니다. 그 정의와 기원 등 이론적인 부분에서의 ‘브랜딩’은 확실히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그 중요성에 대해선 이견없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중요한 것을 어떻게 잘 만들고 유지시켜 나가느냐에 대한 것이죠.

브랜드를 구축함에 있어 “100%통제 / 100%만족” 은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브랜딩이 잘 된 기업이라고 해도 사실 100%의 소비자에게 모두 만족스런 구매경험을 주는 것은 아니죠. 다만 우리 제품을 실제로 구매하고 브랜드의 팬이 되어준 사람들에게 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러나 어디 사람 마음이란 게 그리 쉽던가요.

어느 순간 고갤 들어보니 고객들은 브랜드에게서 등을 돌려버렸고, 브랜드는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크리티컬 포인트를 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되죠. 더 이상 소생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면 결국 브랜드는 부도라는 이름으로 그 마지막 숨을 다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더욱 지나면 사람들에게서 조금씩 잊혀지면서 자취를 감춥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브랜딩의 몰락과 위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몇 가지의 국내브랜드의 사례를 통해 어떻게 그리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톰소여의 몰락, 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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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보이는 작은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국민이면 얼추 한 번씩은 모두 들어보았을 브랜드였죠. 80년대 생이라면 왠지 엄마가 사다준 옷 중 톰보이 하나쯤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톰보이는 1977년 9월 설립이래 33년간이나 장수했던 토종 국내 브랜드였습니다. 톰보이는 백화점 내에 코모도, 톰보이진 하위 브랜드를 입점시키며 그 기세를 펼쳐나가기 시작했죠. 원래 톰보이(TOMBOY)란 단어는 남자아이 흉내를 내는 10대소녀를 가리키던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패션컨셉도 보이쉬하고 캐쥬얼한 옷들이 많았습니다. 1세대 국내 패션 브랜드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러한 캐쥬얼 브랜드의 성장은 아주 괄목한 만한 것이었습니다. 80년대에는 명동거리에서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해야할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댔으니 그 기세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겠죠.

드림컴퍼니가 될 것 같았던 톰보이는 2006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하락세를 걷기 시작합니다. 기폭제는 창업주인 최형로 회장의 별세였지만, 실제론 내부적으로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하면서 생긴 어마어마한 재고량과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한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한 탓이 컸죠.

2009년 대한민국은 소위 ‘김정은 패션(드라마 황금물고기 중)’ ‘조윤희 패션’ 등 청담동 며느리룩이라는 이름의 고급스럽고 심플한 디자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때였습니다. 또한 2009~2011년은 콜라보레이션이 큰 이슈가 되었던 시대였습니다. 홈쇼핑이나 SPA브랜드등이 꾸띄르 디자이너와 만나 새로운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하고, 지펠냉장고에 쥬얼리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는 등 본격적인 스토리텔링 브랜딩의 서막이 시작되었죠. 그 때 당시 지펠냉장고 손잡이에 보석이 콕콕 박혀있는 그 모습은 가치 센세이셔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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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 무렵 가장 큰 이슈는 역시 SPA브랜드의 급성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05년 9월 영등포/인천/잠실에 첫 선을 보인 유니클로를 시작으로, ZARA, H&M 등 해외브랜드의 상륙과 더불어 이랜드의 스파오, 이마트의 데이즈,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 등 토종SPA 브랜드까지 가세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SPA브랜드에 큰 만족도를 보였고, 실상 백화점이나 SPA브랜드나 품질상 별 차이가 없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뭐지? 지난 호갱의 역사를 벗고 이제 싸고 간편하게 여러 벌 자주 사입자!!!’ 라는 식으로 소비패턴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큰 매장을 구축했던 SPA브랜드는 백화점보다 복합쇼핑몰로 이동하면서 소비의 구심점도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가버리게 되자 백화점 입점업체들은 당황하고 말았죠. 사실 생각해보면 그 때까지만 해도 대형쇼핑몰이라고 할 만한게 코엑스몰 이외엔 그리 많지 않았으니 ‘잠깐 그러다 말겠지!’ 라는 생각이 들 만도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결국 2009년 최정현씨(최형로회장의 아들)는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매각절차를 거치며 신수천 대표이사로 주인이 바뀌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615억원에 이르는 부채에 허덕이다가 결국 최종부도에 이르고 말았죠. (물론 내부 사정엔 사채로 이자를 갚으며 금융악순환에 빠져버린 탓도 있었습니다.) 톰보이의 사례를 정리해보면 이렇게 되겠네요.

1. 1인 경영체제에 의존한 경영방식
2. 무리한 몸집불리기와 재고난
3. 변해가는 트렌드와 브랜드 성장의 실패
4. 경영자금 관리의 구멍

당시 대한민국은 패션뿐 아니라 전반적인 브랜딩전략이 바뀌어가던 시기였습니다. 스토리가 우선이 되었고, 차별화와 크로스오버 컬쳐가 대두되던 시기였죠. 하지만 크기확장에 중점을 둔 딱딱한 경영전략은 유연성과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소비자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비운의 브랜드, 스베누

스베누는 제 여동생이 생일선물로 사달라고 했던 신발브랜드인지라 개인적으로도 꽤나 기억에 남습니다. 스베누는 아프리카TV BJ였던 황효진 대표가 운영하던 브랜드입니다. 2013년 10월에 런칭한 스베누는 2014년 화곡점을 오픈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나가기 시작하죠. 원래 직업이 스타크래프트 BJ였던 만큼 E스포츠 후원과 각종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 예능프로그램 협찬 등 화려한 라인업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나갔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마케팅의 선방과는 다르게 가성비 면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일들이 잦아지며 서서히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죠. 스베누의 비화는 거의 너무도 루머가 많은지라 아직도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일부 마케팅의 실수(인지 고의인지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에 대한 사과문 등의 태도에서 큰 실망감을 주었던 사례 등을 보았을 때 확실히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점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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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품질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많았죠. 정도가 심각한 이염 현상이나 약한 내구성 등을 인증하는 소비자 클레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선 스베누측에선 “스베누 제품의 경우 천연소가죽 제품에 염색을 한 신발로, 재질 특성 상 생활방수는 가능하나 상대적으로 물빨래 시 취약하다” 는 등 나름대로의 해명을 내놓았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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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2016년 MBC시사매거진2580을 통해 땡처리 의혹과 대금 미지급 등의 의혹이 공공연하게 알려지며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상세한 내용에 대한 사실여부는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부분들이 상당수 있는 터라 웹 상의 루머만 가지고 스베누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던 스베누는 결국 2016년 10월 7일을 기해 폐업 되었고, 2017년 10월 11월 황효진 대표가 횡령혐의로 체포되면서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젊은 대표의 공격적이고 욕심 넘치는 브랜드 런칭과 마케팅은 많은 무리수를 불러왔습니다. 마케팅전략과 사세확장, 매출증대에만 너무 초점을 맞춘 나머지 정작 중요하게 보아야 할 부분들을 놓치고 말았죠. 브랜드의 성장에 필요한 것은 매출만이 아닙니다. 브랜드는 돈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으로 움직입니다. 마케팅의 실수야 당연히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을 지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트위터가 3,139명을 대상으로 Applied Marketing Science 와 공동으로 한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고객이 클레임을 트윗한 경우 기업에서 이에 응답을 하게 되면 구매금액이 평균 3~20%까지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났죠. 또한 44%가 자신의 경험을 트윗했는데 이 중 30%는 다른 사람의 구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클레임 고객의 응대방식은 브랜드 이미지의 개선과 실제 매출 증대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스베누는 고객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성장해가는 매출 그래프만을 보며 책상 위 브랜딩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낮은 품질과 점주, 제조공장 등을 대하는 태도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구매를 수행하는 외부고객 이외에도 함께 일하는 내부 고객도 있기 마련입니다. 사업은 결국 사람의 눈을 마주보고 성장하는 것이라는 걸 몰랐던 걸까요.

1. 책임지지 못할 거창한 마케팅에 집중
2. 문제 발생 시 사후관리 미흡
3. 낮은 품질과 경영윤리 문제 논란
4. 브랜드만 있을 뿐 사람은 없었던 씁쓸한 사례

로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 예전 딸기의 추억, 쌈지의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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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엔 딸기테마파크가 있었습니다. 그 생과일쥬스 딸기말고. 사실 굉장히 신선한 시도였고 브랜드 확장사례의 선사례로 소개가 될 정도로 성공적이었죠. 저도 어머니와 동생 손잡고 놀러갔던 기억이 납니다. 꽤나 이것저것 볼 거리가 많았고 디자인에도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썼던 내부시설에 흥미진진했었죠.

이 딸기를 탄생시킨 것은 바로 쌈지였습니다. 지금은 아쉽게 부도처리 후 다른 시작을 꿈꾸고 있지만 예전 쌈지의 영광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죠. 쌈지는 1993년 ‘레더데코’라는 가죽제품 전문업체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97년 ‘딸기’ 를 선보이며 사세 확장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인사동의 쌈지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지금이야 인 크리에이터를 위한 공간/사업화 지원정책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홀로 공예와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들던 크리에이터들은 딱히 공방을 차리지 않는 한 유통채널을 만들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인사동 쌈지길의 탄생은 가히 성전의 등장과 같은 느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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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잡화 ‘아이삭’ 브랜드는 당시 저와 비슷한 세대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던 국민아이템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던 ‘딸기가 좋아’ 테마파크를 개장하고 쌈싸페(쌈지사운드페스티발)를 개최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브랜드확장의 진짜 기막힌 성공사례다!! 라고 박수를 짝짝 치고 있었는데…. 이 후의 급격한 확장행보를 펼칩니다. 갑자기 화장품, 출판에 이어 영상, 신재생에너지(?)에 발을 뻗치기 시작했습니다. 산업 폐자원을 열분해 처리하는 신재생 에너지 설비사업이었는데 이 부분은 잠시 후에 언급하도록 하곘습니다. 아쉽게도 2008년 300억 이상의 매출하락을 겪은 쌈지는 2009년 그 절반 정도인 578억 매출에 허덕이다가 2010년 4월에 최종 부도처리가 되었습니다.

쌈지의 부도가 아쉬운 이유는 비단 잘나가던 브랜드였는데… 라는 왕년의 영광때문만은 아닙니다. 쌈지는 사회적투자와 실험정신이 넘치던 곳이었습니다. 패션제품과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를 결합하여 ‘착한 가게’를 오픈하기도 했고 지금은 좀 호불호가 갈리지만 낸시랭을 영입하여 문화예술 마케팅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무리한 사세확장에는 물론 다양한 내부사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골자는 ‘너무 브랜드만 바라봤다.’ 라는 점이죠. 대부분의 확장 카테고리가 사회적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대표의 (무리한) 꿈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 개인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겠습니까. 가방을 만들던 디자이너가 페스티발을 준비하고, 유기농법을 연구하는 등 너무 과도한 업무와 무리한 추진을 한 끝에 내부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서서히 등을 돌리기 이르렀습니다. 결국 2009년 11월 퇴사한 직원200명의 밀린 월급과 퇴직금 31억에 대한 소송이 이루어졌고 안타까운 결말을 맺게 되었습니다.

브랜드인지도는 물론 중요합니다. 위에서 스베누는 브랜드를 너무 관리안해서 문제였는데, 쌈지는 너무 브랜드만 바라봤던 게 문제였습니다. 브랜드인지도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역량과 경영전략입니다. 또한 정체성이죠.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한다!! 라는 거창한 우주평화급의 아젠다가 아닌 조금 더 구체적이고 확고한 중심이 있었어야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회적 마인드를 지닌 분들은 수단보다 목적을 중요시하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목적엔 책임이 따라야 하는 법이죠. 예쁜 추억이 된 ‘딸기’캐릭터는 (주)어린농부를 통해 천 전대표와 부인 정씨가 맡았고, 쌈싸페는 분리되어 독립법인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쌈지 브랜드 17종은 사회적기업인 ‘고마운 손’ 으로 소유권이 넘어갔습니다. 너무도 큰 꿈을 꾸었던 쌈지의 발걸음은 많은 메시지를 남긴 채 여러 곳으로 흩어지게 되었죠.

1. 광대한 꿈과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가치중심 경영
2. 브랜드역량을 고려하지 못한 이미지중심 확장
3. 잘못된 타겟팅과 팬덤을 만들지 못한 고객관리전략
4. 내부운영 시스템의 문제

등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위에 언급했던 것은 저에게도 추억이 있고 지켜봤던 브랜드들입니다. 국내브랜드로서의 당당한 행보를 기대했던 곳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사업이란 게 결국 사람이 하는 지라 완벽할 순 없었나 봅니다. 이들은 역량의 문제, 환경의 문제 등 여러 변수들이 맞물려 위기를 맞고 결국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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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관리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체적으로 몰락의 원인은 과유불급에 있거나 또는 고객과 시대를 읽지 못한 인사이트에서 비롯되었죠. 브랜드는 그 크기와 성장속도에 상관없이 고객이 중심입니다. 오히려 브랜드가 커질 수록 그 구심점은 내가 아닌 고객이 되어야 하죠. 방향성에 있어서 그들의 납득을 얻어야 합니다. 위의 사례에서 살펴봤듯 브랜드의 독단적인 소통은 결국 공허한 행보만을 남기게 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에겐 선택의 폭이 너무도 많습니다. 처음에 설명했듯 그 선택이 항상 합리적이고 올바른 것만은 아니죠. 너무도 ‘인간적인’ 선택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네요. 어쩌면 브랜드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리한 확장과 기가 막힌 아이템보단 ‘인간적인’ 눈과 귀가 아니었을까요.

지금도 어디선가 수많은 브랜드가 생겨나고, 또 소리소문없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들이 남긴 사례들이 비난이나 안타까움으로 점철되는 추억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반면교사가 되어주고 그들이 남긴 씨앗이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이죠. 우리나라의 토종 브랜드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전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는 그런 브랜드를 기대해봅니다.